고양이 파편이 튀다/猫
울적
Lynn.C
2008. 4. 2. 02:32
0.
시작은 별 거 아니었다. 며칠 전, 그저 문자 정리 중에 기억 저편에 있던 문자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사실 문자 그 자체는 굉장히 평범하다. 취직 축하한다는 내용, 잘 지내냐는 내용의, 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평범하게 줄 수 있는 내용의 그런 문자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발신자. 그래, 나보다 어른인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해 둘까. 사고방식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뭔가 꼬여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석사과정 들어갔을 때 여자애한테 무슨 공부를 그렇게 오래 시키냐고 했었고, 졸업 후 취업 준비할 때는 여자는 남자 잘 만나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은 거지 무슨 취업이냐고 했었지. 그것도 자기보다 높은 연배인 우리 부모님 앞에서. 그런 사람이 보낸 취업 축하문자, 이건 그저 '반가울 턱이 있나' 정도로 넘어가지를 못하겠더라. 게다가 빌어먹을 그 집 꼬맹이가 했던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문자가 수신 확인 되어 있는 거 보니 분명히 보긴 봤는데, 받은 기억이 안나는 걸 보니 완전히 저편으로 밀어뒀던 모양. 안 좋은 기억이 다시 몰려나오면서 속이 뒤틀렸다. 토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니 바로 담즙 역류 증상이 생겼다. 젠장.
1.
대충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다. 대충이라고 말한 건 감정에 대한 확신은 물론이고 정황상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 글쎄, 나 자신이 봐도 '그림이 안나온다' 라는 느낌에, 나름의 직감이라는 게 '이건 영 아니야'라고 계속 말을 하고 있다고나. 그리고 더 이상 기존 네트워크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계산도 조금 깔려있고. 아 진짜, 소개팅처럼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체질이 못되니 부작용이 너무 크잖아.
작년 12월만 하더라도 아직 나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고 딱히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냥 연애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뭐 물론 지금도 그닥 결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서도. 암튼 그걸 들은 한 친구는 참 태평스럽다고 했던가 철이 없다고 했던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산다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나 호감가는 사람들에게는 바로바로 대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그쪽에 호감이 있고 좋아하고 있다는 건 꽤 적극적으로 어필해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안된다. 지난 12월에 너무 호되게 경험을 했던 거지. 이제는 좋다고 생각해도 함부로 표현 못하는 나이가 된 건가.
점심먹고 잠깐 서핑하는데 만우절 고백이라는 게 검색어 10위권에 올라왔길래 나도 만우절 핑계로 한번 해볼까 싶어 me2day에 슬쩍, '고백... 해야하나'라고 올렸다. 오늘 만우절이라 글 삭제가 되길래 나중에 지워야지 했는데, 맙소사, only 핑백 해제되면서 글 삭제 기능도 다시 없어진 모양이다. 다시 낙장불입으로 돌아간 시스템. 게다가 달려버린 사람들의 댓글들. 이런 맙소사.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 그냥 갑갑해서 한번 끄적인 것 뿐인데, 나이값도 못하고 이게 왠일이냐 싶어 좀 당황.
응 뭐 어쨌든 하루종일 좀 고민해 본 결과, 고백같은 거 안하기로 했다. 나같은 사람한테 그런 거 받으면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할 듯.
2.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전화 한통에, 나쁜 의미로 쇼크상태가 됐다.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또 설명하기도 싫은 그런 내용의, 오프라인에서 썰을 풀만한 내용의 전화.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내가 개념 따위 밥 말아먹고 (아, 여기서 잠깐 부언하자면 나 개념 관광보냈다는 말 정말 싫어한다. 나중에 포스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관광보냈다는 것은 강간했다는 것을 돌려 말한 표현이기 때문.) 완전 싸가지로 생각할 수도 있게 이야기가 됐더라. 길게 말하면 골치 아파지는 상대이기도 하고, 깔끔하게 정리를 못한 것은 내 잘못이기도 하니 그냥 듣고 있다가 팀장님 면담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자리에 돌아오니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 이건 분노라기보다는 그저 한 '사람'에 대해 느낀 혐오감, 그리고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상황을 좀 아시는 선배가 채팅으로 좀 다독여줬지만, 점심을 먹고 와서도 한동안은 덜덜 떨고 있다가 결국 다 토하고 말았다.
이 사람의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졌으면, 나와 다시는 연결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3.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했던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누군가가 떠난다는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당사자는 어떨지 몰라도, 음, 최소한 남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게다가 가는 사람이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쉽다는 느낌은 제곱으로 커지는 거고. 아니, 그렇다고 영영 못볼 사람은 아닌데- 같이 보낸 시간이 좀 짧아서 그런가. 뭔가 결정적인 플러그를 만들지 못한 느낌이랄지.
친해지고 싶다거나 가까워지고 싶다거나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거리를 줄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왠지 흐지부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좀 그렇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고, 뭐랄까, 준비 잘 해서 잘 갔으면 좋겠다. 응, 진짜, 진심으로, 이건 기원하는 거임.
시작은 별 거 아니었다. 며칠 전, 그저 문자 정리 중에 기억 저편에 있던 문자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사실 문자 그 자체는 굉장히 평범하다. 취직 축하한다는 내용, 잘 지내냐는 내용의, 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평범하게 줄 수 있는 내용의 그런 문자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발신자. 그래, 나보다 어른인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해 둘까. 사고방식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뭔가 꼬여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석사과정 들어갔을 때 여자애한테 무슨 공부를 그렇게 오래 시키냐고 했었고, 졸업 후 취업 준비할 때는 여자는 남자 잘 만나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은 거지 무슨 취업이냐고 했었지. 그것도 자기보다 높은 연배인 우리 부모님 앞에서. 그런 사람이 보낸 취업 축하문자, 이건 그저 '반가울 턱이 있나' 정도로 넘어가지를 못하겠더라. 게다가 빌어먹을 그 집 꼬맹이가 했던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문자가 수신 확인 되어 있는 거 보니 분명히 보긴 봤는데, 받은 기억이 안나는 걸 보니 완전히 저편으로 밀어뒀던 모양. 안 좋은 기억이 다시 몰려나오면서 속이 뒤틀렸다. 토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니 바로 담즙 역류 증상이 생겼다. 젠장.
1.
대충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다. 대충이라고 말한 건 감정에 대한 확신은 물론이고 정황상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 글쎄, 나 자신이 봐도 '그림이 안나온다' 라는 느낌에, 나름의 직감이라는 게 '이건 영 아니야'라고 계속 말을 하고 있다고나. 그리고 더 이상 기존 네트워크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계산도 조금 깔려있고. 아 진짜, 소개팅처럼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체질이 못되니 부작용이 너무 크잖아.
작년 12월만 하더라도 아직 나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고 딱히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냥 연애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뭐 물론 지금도 그닥 결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서도. 암튼 그걸 들은 한 친구는 참 태평스럽다고 했던가 철이 없다고 했던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산다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나 호감가는 사람들에게는 바로바로 대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그쪽에 호감이 있고 좋아하고 있다는 건 꽤 적극적으로 어필해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안된다. 지난 12월에 너무 호되게 경험을 했던 거지. 이제는 좋다고 생각해도 함부로 표현 못하는 나이가 된 건가.
점심먹고 잠깐 서핑하는데 만우절 고백이라는 게 검색어 10위권에 올라왔길래 나도 만우절 핑계로 한번 해볼까 싶어 me2day에 슬쩍, '고백... 해야하나'라고 올렸다. 오늘 만우절이라 글 삭제가 되길래 나중에 지워야지 했는데, 맙소사, only 핑백 해제되면서 글 삭제 기능도 다시 없어진 모양이다. 다시 낙장불입으로 돌아간 시스템. 게다가 달려버린 사람들의 댓글들. 이런 맙소사.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 그냥 갑갑해서 한번 끄적인 것 뿐인데, 나이값도 못하고 이게 왠일이냐 싶어 좀 당황.
응 뭐 어쨌든 하루종일 좀 고민해 본 결과, 고백같은 거 안하기로 했다. 나같은 사람한테 그런 거 받으면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할 듯.
2.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전화 한통에, 나쁜 의미로 쇼크상태가 됐다.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또 설명하기도 싫은 그런 내용의, 오프라인에서 썰을 풀만한 내용의 전화.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내가 개념 따위 밥 말아먹고 (아, 여기서 잠깐 부언하자면 나 개념 관광보냈다는 말 정말 싫어한다. 나중에 포스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관광보냈다는 것은 강간했다는 것을 돌려 말한 표현이기 때문.) 완전 싸가지로 생각할 수도 있게 이야기가 됐더라. 길게 말하면 골치 아파지는 상대이기도 하고, 깔끔하게 정리를 못한 것은 내 잘못이기도 하니 그냥 듣고 있다가 팀장님 면담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자리에 돌아오니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 이건 분노라기보다는 그저 한 '사람'에 대해 느낀 혐오감, 그리고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상황을 좀 아시는 선배가 채팅으로 좀 다독여줬지만, 점심을 먹고 와서도 한동안은 덜덜 떨고 있다가 결국 다 토하고 말았다.
이 사람의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졌으면, 나와 다시는 연결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3.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했던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누군가가 떠난다는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당사자는 어떨지 몰라도, 음, 최소한 남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게다가 가는 사람이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쉽다는 느낌은 제곱으로 커지는 거고. 아니, 그렇다고 영영 못볼 사람은 아닌데- 같이 보낸 시간이 좀 짧아서 그런가. 뭔가 결정적인 플러그를 만들지 못한 느낌이랄지.
친해지고 싶다거나 가까워지고 싶다거나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거리를 줄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왠지 흐지부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좀 그렇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고, 뭐랄까, 준비 잘 해서 잘 갔으면 좋겠다. 응, 진짜, 진심으로, 이건 기원하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