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이딩

080628 한강 라이딩 후기: 살아 돌아 왔습니다.

Lynn.C 2008. 6. 29. 21:09
어제 난생처음으로 한강 라이딩에 참가했다.

원래 자전거를 타는 선배들 5~6명에 내가 낀 건데 다들 갑자기 토욜날 출근을 하게 되서, 선배 두명과, 그 친구분과 나까지 넷이 단촐하게 다녀왔다.

이건 신림에서 출발한 선배의 코스


이게 내 코스.

 저 출발과 도착 사이를 왕복했다.
(사실 정확하지는 않은데, 아무튼 여의나루<-> 행주산성 으로 보면 되겠다. 선배 사진 기준으로 11시 50분 이후의 코스는 동일)

원래 옥수에서 합류하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서 달릴 거리를 좀 줄여보고자 여의나루에서 합류.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뿌리기 시작하더라 (...) 가랑비처럼 뿌리는 비였기 때문에 덥지는 않았지만 행주산성 아래 국수집에 도착하자마자 폭우. 그래도 꿋꿋히 비옷입고 행주산성찍고 왔는데, 역시, 그냥 비닐 비옷은 입으나 마나 ㅠ_ㅠ

아, 자전거 라이더들의 성지라는 행주산성 아래의 국수집, 육수가 진짜 끝내줬다. 포.. 뭐였지, 암튼 멸치 말고 그 납작한 육수내기 좋은 생선으로 국물을 냈는데, 오오, 첫맛은 멸치 국물 맛이더니 뒤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아주 끝내줌. 양도 푸짐한 게, 나 국수로 배를 채울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무려 \3,000 !!  20분 가량을 기다렸지만 충분히,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거 같다.
잔치국수 인증샷

으음, 이거 사진으로 봐서는 잘 안 와닿네. 옆에 콜라캔을 세워놓고 찍었어야 했나. ;; 비빔 국수도 상추에 돈나물 등등 각종 나물에 들기름 들어간 고추장 양념! 인증샷은 지저분해서 안 올림 -_-;;

선배 말로는 한강 북로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기서 국수 먹고 리턴한다고들 하던데, 그날도 역시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자전거들도 엄청 많더라. 근데 역시 국수는 국수인 게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날 정도의 분량이라 내가 배터지게 먹고도 한주먹 정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렇게 배부르다는 느낌이 안들더라.


원래 좀 전력질주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벅지와 종아리에 쥐가 날 정도로 페달질 한 건 처음. 역시 미니벨로로 MTB들 사이에서 달리는 건 힘들더라. 오죽했으면 같은 미니벨로..까지는 아니고 escape를 타는 선배가 "뒤에서 페달질 하는 거 보니까 안습이야", "(오르막에서) 밀어줘야 될 거 같애" 등등의 멘트를 날렸을까.
종아리 땡겨서 잠시 쉬는 중에 내 스트를 타보는 선배.
갑자기 스트가 되게 불쌍해 보이더라는 ;;

다리 이름이 기억이 안나 (...)

돌아오는 길에 요 다리 밑에 있는 매점에서 가볍게 맥주 한캔씩 (나는 커피). 목욜날 UXDC 체육대회 낮에 맥주 두어모금 마셨다가 그날 밤에 머리아파서 죽을 뻔 했기 때문에 겁나서 차마 맥주는 못 먹었는데, 땀 뻘뻘 흘리고 시원한 맥주 그냥 들이붓는 그 맛을 못 느끼니 너무 안타깝고, 선배들 마시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 ㅠ0ㅠ


이제까지 내가 자전거로 가장 멀리(?) 달린 건 수서<-> 야탑인데 갑자기 한강 코스를, 그것도 중간에 비도 오고 오프로드도 있는 코스를 달려서, 돌아오는 길에는 거의 혼이 나가 있었다. 물론 재밌기는 진짜 재미있어서, 좀 더 달리고 싶어 한남을 지나 옥수에서 지하철을 탈까, 왔던대로 여의나루에서 탈까 좀 고민이 되더라. 그래도 뭐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고 담날 출근도 해야되니 그냥 여의나루에서 지하철 탔지만.
그러고보니 오리에 사는 모 선배네 집에 놀러가자는 말을 하다가, 탄천으로 같이 가주면 나도 (자전거로) 갈게요 라고 농담처럼 말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진담으로 받아 들여서 식겁했다는 에피소드도. 아마 이 사람들은 진짜 가더라도 일단 서울에서 집합 한 다음에 다시 분당 들어오는 노선을 찍을거다. 미사리 코스 얘기 나올 때도 "그럼 전 암사에서 합류할게요" 라고 했다가 다구리 당했음. -_-;;
하긴 나만 지쳐서 헉헉댔지, 다른 분들은 나 때문에 너무 슬슬 달려서 좀 부족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나름 평속 20~25였던 거 같은데. 게다가 돌아오는 길은 역풍 대박(탄천 역풍은 역풍도 아님)이었는데. 흑흑.  ㅠ_ㅠ


그렇게 페달질을 했으니 다리 근육통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보다는 지하철에 스트 들고 오르락내리락 한 것 때문인지 팔이 더 아프다. (...)
지하철 안에 얌전히 서 있는 분홍양.


휠체어 고정할 수 있게 해 놓은 장애인석이 노선마다 다르긴 하지만, (분당선 빼고) 휠체어 표시 크게 박아놓은 데가 보통 이런 장애인석이다. 젤 앞량이나 뒷량에 탈까도 했지만 거긴 사람들이 벽에 기대 있어서 자칫하면 문 옆에서 스트 붙들고 서 있는 사태가;; 암튼 지하철에서는 꼼짝없이, 장애인석에 요 상태로 세워놓고 나도 그 옆에서 서 있었다. 돌아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좀 앉고 싶었는데, 의자 있는데 스트 세워놓는 건 암만 사람이 없어도 민폐는 민폐인 듯. 아 저기 뒤에 대충 감아놓은 건 우비. 비오는데 오프로드를 좀 달려서, 물받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흙투성이다.

근육은 오히려 괜찮았지만 어디서 멍이 그렇게 들었는지 손목이 무지 시큰거리더만. 오랜만에 장거리(?) 뛰었다고 무릎도 시큰거리고. 그렇지만 진짜 아팠던 건 골반. 아우, 나 정말 걸을 때마다 비명지를 뻔 했다고.  얼마나 아팠으면 다리 뽑히는 꿈을 다 꿨을까 ㅠ_ㅠ


그래도 기회되면 계속 이렇게 라이딩 가고 싶다.  다음에는 좀 덜 헉헉대게 미리미리 체력도 좀 키워놓고. 바람 맞으면서 달리는 것도 좋았지만 -사진은 지금 없는데- 북로 거의 끝쯤, 고양시 거의 다 가서 들꽃 잔뜩 피어있는 그 풍경 진짜 멋진 게, 탄천도 꽤 좋지만 한강은 정말 자전거 타는 맛이 나는 길. >_<

01234567


ps. 같이 라이딩 했던 선배의 여자친구님께서, 저 코스를 보더니 나 체력 되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단다. 안그래도 선배들 사이에서는 힘밖에 없는 애라고 찍혀 있는데. 우엥.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