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술자리에서 잠깐 나온 얘기와 거기서 파생된 생각, 까먹기 전에 그냥 주절.
얼마 전 술자리에서 모씨가 화제에 올랐다. 평소 그 모씨를 참 귀여운(=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대충 그렇게 느끼고 있던 모양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느낌이 유사한 경우가 별로 없는데, 조금은 재미있었다고나 할까.
이 녀석은 특별히 애교를 잘 부린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생긴 게 잘 생기거나 예쁜 것도 아니고, 말을 곱게 한다거나, 누굴 잘 챙긴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말도 그냥 툭툭 내던지는 편이고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건방지기까지 하며,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누가 손해를 끼치면, 당한 것보다 2배 정도의 댓가를 웃으면서 받아낼' 녀석이다. 근데도 참 귀엽다고 느끼니 이거야말로 미스테리. ...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고, 그냥 인간적인 호감+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대상이지 뭐.
그냥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 무엇 때문인지 내 스위치를 딱 건드려서 그 다음부터 계속 관심을 두게 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스위치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정말 사소한 건데도 켜진다.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그런지는 그때 그때 다른 것 같지만, 이 녀석의 경우에는 술자리에서 "몇살이예요" 라고 했을 때였고 -아마 그 제스쳐가 덧붙여진 특유의 말투 때문에 스위치 'On'이 된 게 아닐까 싶은데- 첫 느낌은 이랬다. '뭐야, 이건. 건방진 주제에 꽤 귀엽잖아?'
아, 그래. 여기서 취향 나오는데, 나 건방진데 귀여운 사람 진짜 좋아한다. 건방지다라는 것과 귀엽다는 속성 중 어디에 방점이 찍히느냐가 문제인데, 귀여운데 건방진 건 그냥 재수가 없으신 거고, 건방짐이 귀여움으로 승화되면 사랑스러운거다.
이제까지 이런 사람 딱 3명 봤다. 고등학교 후배 하나, 모씨, 그리고 지금 주변에 계신 한 분. 사실 그 분은 모씨보다는 고등학교 후배 녀석과 친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긴 것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비슷하다. 게다가 그 분, 보면 살짝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마음에 든다. 이 팍팍한 생활에 행복을 주는 당신, 정말 감사. 언젠가 기회 되면 아무것도 안 바른 머리카락, 한번 흐트려보고 싶어요. ( ....이분은 지금 등 뒤에서 왠지 오싹함을 느끼고 있으시려나. 미안해요. 내가 머리카락에 좀 많이 집착해서 ;;;;)
근데 재미있는 건, 이런 타입의 호감을 가지게 되면, 특별히 가까워지거나 친해질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거. 사람을 보면 괜히 드는 느낌일 수는 있지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아쉽지만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후자다. 고등학교 후배도, 술자리의 모씨도, 요즘 급관심집중이 되시는 그 분도. 모씨의 경우는 내쪽이 사람을 가리는 게 아니라 그쪽이 사람을 가리는 거였고, 요즘의 그분도 조금 그런 느낌. 게다가 친해질 기회가 좀 없는 편이다.
거기다 나도, 관심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말을 잘 못하는 성격에 입만 열면 바보되는 타입이라 (말하는 능력에 컴플렉스 있음) 그냥 다가와주면 감사한거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 라는 반쯤 체념한 상태. 가까워지면 좋긴 하겠는데, 라고 그냥 생각만 하는 그냥 그런. 아하하하.
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꼭 껴안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이런 사람들이, 드물지만 주변에 있다는 건 어쩌면 나한테 더 다행인건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파편이 튀다/破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