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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파편이 튀다/猫

사쿠란보 홍차

우리 팀에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N양이 어제 메신저로 말을 걸더니, 내일 아침에 아이스홍차 마셔요, 그러는 거다. 네, 좋아요~ 그러고선 까먹고 있었는데 아침에 오니 홍차 한잔을 따라준다. "이거 사쿠란보예요" 라면서. 그 말에 난 우와, 나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어디서 샀어요? 사이트 어디예요?? 라며 완전 급흥분하며 달려들어버렸고, N양은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다며 루피시아라는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엑. 루피시아 이거 사쿠란보 브랜드잖아? 언제 국내 들어왔지? 하며 당장 달려갔....)

예전에 Al님 한테서 사쿠란보 버트티를 조금 얻어 마셔봤을 때, 녹차에 버찌향이 첨가된 거라는 설명을 듣고 살짝 기겁했지만 한번 마셔본 다음에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버찌의 살짝 상큼한 향과 녹차의 깔끔한 맛이 정말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는 것. 그래서 국내 차 사이트를 거의 다 뒤졌지만 판매처를 찾는 대신, 사쿠란보를 만드는 회사가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 결국 아마존 재팬에서 구하기는 구했는데, 내가 종종 그렇듯 엉뚱한 실수를 하나 해버린 것이, 녹차대신 홍차를 주문했다는 거. (포장 풀고 나서 뒷골을 잡고 아 놔, 이러면서 당장 달려가 확인했는데 내 주문실수였더라고.) 한동안 쳐다도 안 보다가 맛이나 보자 싶어서 한번 우려봤는데 이게.이게.이게!!! 맛이 진정 감동의 수준이었던 거다(역시 사람은 다양한 미각의 세계를 체험할 필요가 있는 거다).

원래 홍차가 아무래도 녹차보다는 다양한 향으로 블렌딩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향이 완전 예술. 가벼운 향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굳이 따지자면 로네펠트의 버번바닐라나 아이리쉬 몰트같은, 뭔가 묵직한 게 밀크티를 만들거나 술을 섞을 수 있는 쪽이 취향) 홀짝홀짝홀짝 계속 마시게 되더라. 그거 다 마시고 나서는 배송비(아마존의 배송비 시스템은 진짜 뷁. 게다가 엔화가 미친듯이 올라서 -_-;;)가 두려워 차마 재주문은 못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이렇게 다시 접하니 완전 흥분의 도가니(탕). 게다가 국내 판매 사이트까지 있다니, 우후후후. 

루피시아 사이트에 가보니 내가 모르고 있던 차들도 많이 팔고 있다. 도전정신 불타오른다. -_-;
녹차 중에서는 매실, 사쿠란보 버트, 홍차 중에서는 기문스페셜 그레이드를 한번 주문해볼까 생각중. 개인적으로 스모키한 기문에도 정신 못차리고 홀랑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기문의 특징은 난향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스모키를 베이스로 난향이 스리슬쩍 흘러드는 것이 좋아서 강한 스모키향 나는 기문을 선호함) 아직 티앙팡에서 마셔봤던 스모키기문의 훈연향은 못 만나봐서리. 여기 스페셜기문의 훈연향이 가장 묵직하다니 한번 기대. 

사실 누가 차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 조금 망설여지는 것이, 가향차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면 진짜 넓어지지만 차에 향기를 더한다는 자체가 원래 취향을 좀 타는 옵션인지라. 특히 향이 좀 튀는 레이디그레이 같은 경우에는 강렬한 향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정신 못차리고 홀랑 넘어가지만 그런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심한 경우 한모금 마시자마자 뱉어내기도 하고 (진짜 그런 사람 봤다. 흑흑) 화장품 마시는 것 같다는 평도 나올 수가 있어서 쉽게 추천해주기가 어렵다. 하긴 뭐 얼그레이 자체도 워낙 베르가못 향이 튀는데 거기에 레몬/오렌지 같은 것들까지 넣었으니 더 튀겠지. (오렌지를 넣은 가향차는 종류불문하고 화장품 냄새가 난다는 평을 받는 듯. 전에 받은 루이보스 오렌지도 그런 평을 들었다) 그렇지만 이 사쿠란보는 향긋한 체리향에 단일 홍차의 맑은 맛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강력추천해줄 수 있는 녀석이다. 일단 꽃향기의 메스꺼움 없이도 살짝 단 맛이 난다는 게 아주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