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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약속이 있어서, 라고는 하지만 평소 토요일, 일요일 12시까지는 기본으로 자주는 거 생각하면 기특기특. 근데 일찍 일어났어도 그닥 하루가 길다는 느낌은 안든다는 게 orz


1.
 al 님과 10시 반에 만나서 정자동 데일리킹스에 아침겸 점심 먹으러 나갔다. 토요일 밤 11시 24분에 이루어진 번개번개번개. 동네주민이신데도 만나기 은근 힘듬 :)

2.
정자동 데일리킹스, 음식맛은 그닥 나쁘지 않았다. 뭐였더라, 기본적인 햄버거랑 칠리 오믈렛 주문했는데, 햄버거는 양상추는 좀 양이 적고 토마토는 심이 있었다는 거 말고는 상당히 괜찮은 듯. 바삭 촉촉했던 햄버거빵 맛있었다. 오믈렛도 계란이 상당히 부들부들한데다 속에 할라피뇨도 많이 들어가서 내 취향으로 매콤(원래는 매운 거 잘 못먹음). 그리고 (여자치고는 좀 대식가인데) 먹고 나서 은근 배불렀으니 양도 만족. 근데 왜 서버들은 그 모냥임? 얼마나 잘 나가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무뚝뚝 & 시큰둥임? 그래서 차라리 브라운 슈가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맛은 여기가 더 낫지만 그래도, 내가 내 돈주고 먹는데 왜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됨? -_-^

3.
정자동에서 탄천을 따라 야탑까지 걸어오면서 꽤나 많은 생물을 봤다. 여기서 겨울을 나는 건지 오리가 은근 많더라. 탄천에 오리 이렇게 많은 줄 첨 알았음. 게다가 다들 오동통한 것이 (츄릅). 아 그리고 비둘기떼까치떼도 꽤 있던데, 불쌍한 까치, 비둘기에게 자리를 빼앗긴 듯. 아니 까치 있는 곳에는 까마귀도 못 올 정도로 성깔있는 새인데, 아 원래 까치는 단체행동 안하나? 잘 모르겠다. 근데 그렇게 길 따라 오는데 그 많던 크고 흰 새 (이름을 모름. 나 고등학교때 한자 선생님께서는 따오기라고 하셔는데 그 천연기념물이 이런데서 살리가!) 한마리밖에 안 보이더라. 아, 그리고 오동통하다니 탄천 그 더러워보이는(...) 물에서도 물고기는 살더라. 그것도 거대 잉어급. 탄천 아직 3급수 정도는 되나보다.

4.
이매촌 삼환 단지 옆에 있는 생협 어쩌고 하는 매장에 들러봤다. 오, 여기 괜찮다. 이런저런 유기농 식품들 위주라서 좋더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건 흠이지만, 동네 슈퍼 정도는 되니까. 간 김에 감기가 안 떨어져 부추죽을 끓이려고 부추 한단 사고 (아 이거 언제 다 먹지),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자소엽차라는 것도 사봤다. 근데 나 이거 차조기잎인줄 몰랐는데, 갑자기 차조기가 생각나서 al님한테 차조기는 뭐에 쓰는 건가요, 라고 물어봤더랬다. 암튼 뭐 그렇다고. 검색해보니 이거 가래, 기침에 좋단다. 잘 됐다. 삼성플라자에서 보태니컬 철수한 뒤로 블루맬로우 구할 데가 없었는데 이거 마시면 되겠구나. 색도 블루맬로우 비슷한 보라색이다. 근데 맛은 맑은 깻잎맛이다.

5.
누가 나한테 저사람 어때? 라고 물으면 싫어, 라는 대답은 잘 안하고 실제로 나도 그렇게 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번에 싫다는 말 나오면 엄청 싫은 사람이다. 근데 그 사람이 가시권에 등장하면 분노에 덜덜 떨거나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반응으로 아, 내가 저 사람 싫어하는구나, 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어제 청년미사 주임신부님이 집전하시는 바람에 입당에서부터 퇴장까지 모든 성가를 부를 때마다 삑사리를 냈고, 강론 초입부때는 나가버리고 싶은 거 참느라 나중에는 뒷목이 뻣뻣해졌다는 얘기. 본의아니게 예민지수 140point라 학사님 평화의 인사 거절해서 좀 뻘쭘하셨던 것 같은데 타이밍이 안 좋았음-_-;; 암튼 이런 식이야, 매번. 미사때 혼이 빠저나가서 껍데기만 앉아있는 기분 참 드럽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느껴지는 자괴감과 죄책감도. 그 번잡해서 싫은 청년미사도 주임신부님이 잘 집전 안해서 참례하는데 이렇게 마주치면 일주일동안 카오스 걸린 거 같단 말이야. 이러다 자발적 냉담자 2년차가 될 거 같아, 제길.

6.
그런 의미로, 정환옵 죄송.
창세기 봉사 귀찮음이 0.3% (그거 공부 한번 준비하는데 봉사자는 보통 2시간이 걸린다 -_-)고 나머지 99.7%는 저 주임신부님과는 만에 하나의 하나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였음. 아, 근데 솔직히 좀 창세기 봉사는 많이 끌렸는데 그런 것치고는 너무 단번에 거절해서 ㄱ- 그나저나 석기옵, 아무리 오랜만에 본다고 해도 내가 인사하고 반응이 돌아올 때까지 약 15초 이상이 걸렸다 이거지. 누군지 잊어버린게지. 동네주민끼리 너무하시네. 두고두고 갈궈주겠음.

7.
어, 이유를 따지자면 별 건 아닌데, 아마 그쪽은 내가 그 말로 그렇게까지 열 받았다는 건 아마 모를테고 열받은 걸 알아도 그쪽은 그쪽 나름의 논리와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끔 보이는 '한국' 사제 특유의 권위의식과 잘나심은 나같은 평신도들은 하인따위로 여기는 중세 신부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음) 그쪽이 잘못한 건 없다고 하겠지. 그렇다. 그 사람의 가치관에서 잘못한 건 나고 그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내 가치관에서 그 사람은 내게 분명 피해를 줬고 그에 대해 손톱만큼도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열받을 따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주임신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열받는 거. 뭐 원칙상으로는 따라야 되는게 맞다. 맞지만 도저히 심정적으로 따를수가 없으니 지금 요모양 요꼴이라는 거. 개선 노력을 안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근데 난 사람이 덜 됐는지 그게 안되더라고. 전에도 나에게 상처 한번 준 사람 용서하는데 8년이 걸렸음. 내가 그 사람 용서할 수 있게 해다라고 힘들게 울고불고 비는데 8년을 보냈다고. 이번에도 그 시간동안 힘들어하느니, 어차피 5년 지나면 다른 본당 가실 분, 그냥 안보고 말자, 눈 닫고 귀 닫자 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닫고 있을 수 만은 없게 만드는 그 깐죽거림!!!!!!!! 아아아아악!!! 이러다 진짜 뒤에 숨어 있는 청년 일어나라는 말 한번만 더 들으면 일어나서 나가버릴지도 모르겠다.

8.
식령도 끝나고 망량의 상자도 끝나서 (어째 이번에는 다 짧은 걸 골랐구나) 계속 보게 되는 건 소울 이터 하나뿐. 40화를 보면서 헉, 메두사 귀여워-라고 나도 모르게 말해버리고는 스스로 좌절. 망량의 상자는 말라버린 건어물 같은 검은 xx를 상상하고는 토할뻔 했다. 교고쿠에 다시 흥미가 높아진 이 시점에서 백기도연대 읽어치워야 되는데- 이 사람 꺼는 한자리에 앉아서 꾸덕하게 읽지 않으면 좀 그래서. 아, 강철 21권 띠지에 보니 4월 신 애니메이션 시리즈! 라고 되어 있던데 4월 신작은 그렇다치고 이제 뭐 보나. 나름 평이 좋은 마리아 홀릭?


그런고로 오늘의 짤방은 귀여워-라는 말을 토하게 만들어버린 메두사. 울고 있는 뱀도 귀여움 -_-b


그나저나
내 슈타인 박사 돌려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