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절이 싫다. 설이건 추석이건. 명절이란 법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이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아놔 명절따위 엿이나 먹으라 그래. 즐거운 날 좋아하시네. 그딴 거 강요하지 말란 말이다. 시방새야." 라고.
게다가 명절 우울증. 1~2년도 아니고 철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꽤 오래 됐는데도 여전히 2주전부터 속은 거북해지고, 기분은 미친년 널을 뛰며 이유도 없는 짜증과 무심함에 인간이 피곤해진다. (게다가 강도까지, 생리 직전보다 더 심하다) 그리고 지나고나면 진이 빠져 허무함에 치를 떤다. 아 진짜 돌겠다. 나도 인간이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이유를 따지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이렇게 간만에 들어와서 막 쓰는 건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좀 나님이 오늘 쫌 대단해서, 자랑질(?) 좀 하려고.
이번에는 대구 내려가지는 않지만 엄마가 팔 수술로 인해 음식을 하는 게 불가한터라, 이번에는 내가 혼자 도맡아 했단 말이지. 엄마가 니 올케한테 좀 시킬까 라고 하시길래 딸 가진 입장에서 그러지 말-_-자 하면서. 나 시집가고 나면 불러다가 시켜요. (근데 그 때쯤되면 애기가지고 그래서 못 온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 어쨌거나 그래도, 내일 인사하러 올테니 5인분상을 예상하고 아래 리스트에 있는 거 나 혼자 장봐다가 다 만들었엉.
동태전 (대구전), 부추전, 깻잎전
콩나물, 숙주나물,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시금치나물, 무나물
잡채, 불고기
탕국
읭, 적고보니 별거 아닌거 같지만 아침에 어제 까먹고 안 사온 거 몇가지 장 봐오고 11시쯤 음식 만들기 시작해서 고사리까지 해놓고나니 12시 반이었다고. 중간에 잠깐씩 밥도 먹고 TV 보느라 왔다갔다 한 것도 있긴 하지만 그런거 감안해도 10시간 이상은 될 듯. 종류도 종류지만 양이, 아오 진짜. 50인분짜리 워크샵 저녁과 안주 준비보다 이게 더 힘들었어.
게다가 어제 눈 오는 바람에 & 장보러 온 사람들 떄문에 차 많이 막힐 것 같아 차 안 가져가고 퇴근길에 장 봐왔는데 양손가득 한짐을 들고 왔더니 어께가 완전 뻐근. 그런 상태에서 오늘 저 지랄을 했으니 내일 몸살이 안나면 다행이지. 우리집이 서울이 고향이 아니라 떡국에 만두 안 넣는게 진짜 다행이다. 만두까지 빚으라고 했으면 나 죽었을지도.
...시집가면 시댁가서 저러겠지. 지금은 울 집이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만 시댁가서 저러고 나면 진짜 우울증약 먹어야 되겠다.
진짜, 회사 일도 할 거 있고 가뜩이나 연휴도 짧고 월요일에 인사도 드리러 가야되는데 나의 토요일이 이렇게 가버렸어. 울고 싶을 뿐이지 자랑은 무슨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