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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파편이 튀다/猫

마음이 번뇌의 바다구나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구분이 너무 뚜렷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종종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데, 사실 그건 오해다. MBTI 운운 하지 않더라도 나는 정말 명백한 내향형 인간. 에너지가 향하는 방향이 안쪽이라는 말이지. 그러니 누구를 좋아한다 혹은 싫어한다는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도, 나한테만 향하게 해도 모자랄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서 할당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상당한 중노동이다. 게다가 성격상 누구를 싫어한다거나 그러지도 못한다. 사실 인간관계는 좋은 게 좋은 거고, 인연은 굉장히 소중한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 누구를 '싫어한다' 혹은 '미워한다' 라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 붙은 게 잘 안꺼진다. 원래 잘 안 붙는 불이니, 꺼지는 것도 잘 안꺼지는 거지. 아니, 솔직히 이렇게까지 거창해질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도 의문이지만 자존심에 금 가, 사람에 대한 믿음 흔들려,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물리적 증거가 하나 더 쌓여. .....감정 수습이 안된다.

리쿠씨가 말하기를 증오는 시간과 공을 들이고 애정을 담아서 기르는 거라지만, 난 평범한 사람인지라 그 정도의 경지까지 오르지는 못할 것 같다. 찬찬히, 오래오래 숯불처럼 지피다가는 내가 먼저 완전 연소 될 것 같으니까. 응. 그러니 지금같은 이 상태라면 상황 정리하는 방법으로 등에 칼 꽂기라는 최악 루트로 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꺼림칙한 건 없애든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아내서 관계를 해소하든지 해야 속이 풀릴 것 같단 말이야. 아무래도 이런 건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여야 서로 깔끔하지 않겠어?

그렇지만 난 근본적으로 평화주의자라 저런 건 본성과의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요런 식으로 내면에서  갈등이 벌어지면 엄청 피곤하다는 거. 아후, 그러게 왜 사람을 가지고 놀아. 최악 케이스잖아.